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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종(德宗·1438∼1457)의 어보(御寶)가 9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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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종(德宗·1438∼1457)의 어보(御寶)가 9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다

충북나그네(푸른바다) 2014. 12. 16. 20:48

 

 

조선왕실의 위풍당당하고 굳건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는 덕종(德宗·1438∼1457)의 어보(御寶·사진)가 9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미국 시애틀미술관과의 합의에 따라 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덕종 어보를 내년 3월 반환받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어보는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도장. 왕과 왕비, 세자와 세자빈 등의 존호를 올릴 때 사용했다.

덕종은 세조(世祖·1417∼1468)의 장남으로 1455년 세자에 책봉됐으나 병약하여 20세에 요절한 인물. 이번에 반환되는 어보는 1471년(성종 2년)에 아들인 성종(成宗·1457∼1494)이 덕종을 ‘온문의경왕(溫文懿敬王)’으로 추존하고자 존호를 올리면서 제작된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종묘 영녕전 책보록’에 따르면 1924년까지 종묘에 보관되어 있었다. 그 후 유출 경로는 알 수 없으나, 문화재 수집가인 고 토머스 디 스팀슨 씨가 1962년 뉴욕에서 구매한 후 1963년에 시애틀미술관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덕종 어보 반환 문제를 우호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입장을 지난 7월 국립문화재연구소를 통해 미술관 측에 전달했고, 이때부터 직접 협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시애틀미술관은 어보뿐 아니라 인수(印綬·어보에 달린 끈)까지 함께 기증하겠다는 입장을 알려 왔다. 인수는 기증자 유족의 뜻에 따라 2008년 서울시 매듭장 김은영 씨가 제작해 매달게 된 것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실태조사를 통해 덕종 어보가 진품인 것을 확인했다. 연구소 측은 “위엄 있고 단정한 모습의 거북뉴(龜紐·거북의 형상을 새긴 도장의 손잡이)가 인판 위에 안정감 있게 자리잡고 있으며 거북의 눈과 코, 입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 조선왕실의 굳건한 기상이 잘 나타난다”고 평했다.

덕종 어보 환수는 그 동안 이뤄진 구매나 압수와 달리 문화재청이 외국 소장기관과 직접 협상을 통해 우호적으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 1924년까지 종묘에 있었다는 기록과 한·미 공조 수사가 이뤄지면 문정왕후·현종 어보처럼 압수될 수도 있다는 게 협상 카드로 작용했다.

덕종 어보는 내년 3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양 기관의 관계자, 기증자 유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반환된다.

한편, 한·미 공조를 통해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에 압수된 문정왕후 어보와 현종 어보는 수사 절차가 마무리되는 내년 초 국내 반환될 것으로 보인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