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바다의 창가에서/photo 에세이
소쇄원의 한갈피.
충북나그네(푸른바다)
2023. 6. 23. 12:25
"자네가 여기는 어쩐 일인가?"
양산보는 대숲사이로 들리는 인기척에 방문을 열어 보았다.
오늘따라 자신의 굳지못한 마음탓인 듯
몇 일 내리는 굿은비에 계곡에는 물소리가 우렁찼다.
그 계곡 물소리에 진정시키지 못했던 마음이 다시 요동치는 듯 했다.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괜히 좌불안석의 마음을 아는 듯
멀리서 친구가 하인에게 농주항아리를 지우고
대숲사이로 부는 바람처럼 홀연히 발걸음을 한 것이다.
"반주가 없어서 이를 어쩌나?
내가 사는것이 이 모양 이라네."
양산보의 허등거림에 친구는 미리 예견이라도 한 듯
농주한동이와 함께 가지고 온 알맞게 익힌 닭한마리를 같이 꺼내 놓았다.
"그래 지낼만은 한가?" 하는 친구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양산보는 조정의 시끄러움에 마음의 문을 닫고
이 곳으로 낙향하여 지내던 중
끈 떨어진 갓이려니 찾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 곳을 찾아준 친구의 발걸음에
못하는 술을 연신 들이켰다.
술을 마시는 양산보의 마음속에 바람이 불었다.
세상의 시끄러움이 계곡물에 섞여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