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나그네(푸른바다) 2024. 2. 25. 18:34

 

어린시절 학교를 파하고 돌아오던 길

작은 나뭇가지 하나 꺽어

논둑길에 쪼그리고 앉아 집에 있는

토끼들이 좋아하던 냉이가 섞인 여러가지 나물들을 봉지에 담아

한걸음에 달려와 문을 열고 토끼에게 먹이를 주던 그 시절.

 

세월은 쏜 살 같이 흐르고

구멍뚫린 토끼집 창살사이로 추억만이 

따사로운 햇살에 졸음에 겨워한다.

 

쪼가리 스레트기와

물기 싫어한다는 토끼집에 얹고

오물오물 토끼 먹이 먹는 모습 바라보던 어린시절은

성근바람에 저만치 앞서 달아나고

쫓기에도 서투른 세월의 흔적은 

제 자리에서 숨을 헐떡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