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바다의 창가에서/photo 에세이
오수(午睡)
충북나그네(푸른바다)
2025. 2. 11. 16:27

날씨가 한 동안 추위로 애를 먹이더니
제법 이제는 봄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나의 두툼한 점퍼의 지퍼를 열게 하는 힘이 생기니 말이다.
오는 봄 찾겠다고 성급하게 교외로 나서니
이 곳 저 곳 동리마다 잊혀져 가는 대보름의 풍물소리도 들린다.
햇볕 따스한 청용리 끄트머리 한켠.
사람들의 눈길 머문지 오래인 온전치 못한 석탑하나 까뭇 졸고 있다.
사람소리 보다 더 많이 들리는
동리 견공들의 울음소리 자장가 삼아 좀처럼 잠에서 깨어나질 못한다.
나도 석탑 옆에 한참이고 쭈그리고 앉았다가
석탑과 함께 오수에 빠졌다.
꿈속에서 봄을 만났다.
20250211청주 가덕면 청용리 석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