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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구름따라 가는길
여보 나 왔어요. 본문
저는 슬하에 자식이 없습니다.
젊은시절 남편과 살면서 이제나 저제나 아이소식을 기다렸는데
하늘에서 점지를 안해 주시더군요.
"괜찮아 아직 나이가 있으니 기다려 보자구" 하는 남편의 말을 의지하여
아이소식을 기다렸지만 결국 아이를 낳아보지를 못했습니다.
주위에서 양자라도 들이라고 하는 소리가 들릴때마다
혼자 말없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많이도 울었답니다.
그렇게 자식없이 남편과 둘이 살았지요
아이가 없어도 남편과 둘이 나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가끔씩 지나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나의 눈길을 느낄 때
괜히 무언가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요.
그런 나를 남편은 바라보며 손을 꼬옥 잡아주곤 했습니다.
당신만 내 옆에 있어주어도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나이가 들어 몹쓸병으로 병원에 입원을 하던 남편은
병원에서 내 손을 잡고
무엇이 미안한지
남편은 미안하다는 말만 되뇌이다가 내 손을 놓고 하늘나라로 갔답니다.
작은 평수의 임대아파트에 남편과 둘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떠난 날 장례를 치루고 집으로 돌아오니
주위에 사람은 없고 덩그러니 혼자 남아...
그 작은 아파트가 왜 그리 크고 허전하던지요.
그나마 장례식도 다니는 교회의 신도분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주셔서
화장을 하여 시에서 운영하는 납골당에 남편을 잘 모셔 놓았지요.
그 후로 주욱 혼자 살았답니다.
지금은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시에서 기초수급자로 돈을 받아
굶지 않고 시간 될 때마다 폐지도 줍고 열심히 잘살고 있답니다.
가끔씩 남편의 기일이나 명절이 오면
남편에게 가고 싶지만
다리의 관절도 좋치 않아 오래 걸을수도 없고
납골당이 위치한 곳도 버스가 자주 있는 곳이 아니라
자주 남편을 보러 갈수가 없었답니다.
택시를 타고 가면 되지만 돈도 많이 들고
또 남편을 보고오는 동안 택시를 기다리라고 하기도 그렇구요
이런 사정을 터놓고 이야기 할수 있는 자식도 없고
남편의 동생인 시동생이 한분 있는데 소식도 알수가 없구요
그래서 혼자서 마음속으로 남편에게 미안하다고만 했었지요
그리고 그냥 하나님께 기도만 했어요
"하나님 남편을 보러갈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하고 말이지요.
그런데 말이예요.
하느님이 기도를 들어주시려고 하는지
이번 추석날 저의 집과 가까운 곳에 계시는 교회장로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장로님이 부모님을 뵈러 납골원에 가시는데 시간나시면 같이 가자구요...
아...하나님이 이렇게 기도응답을 하시는 구나.
저요 하나님께 고맙다고 하고선 장롱속에 모셔놓은 이쁜 한복을 꺼내입고
약속시간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와! 당신 그 옷 입으니 선녀 같은데" 하던
생전의 남편이 이쁘다고 한 그 한복을 입고 말이지요
이번에 가게 되면 남편에게 그동안 못한 말도 많이 하고 올거구요
그동안 자주 오지 못해 미안하다구도 할거구요
그나저나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네요
저 얼른 남편 만나러 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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