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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막 한켠에 자리한 부채바람에... 본문

푸른바다의 창가에서/風景속에 비친 詩

부두막 한켠에 자리한 부채바람에...

충북나그네(푸른바다) 2025. 5. 5. 14:26

 

부두막 한켠에 자리한 부채바람에

꺼져가던 아궁이 불이 한숨을 돌린다.

저녁 무렵 내린 소나기에

밖에 쌓아 놓았던 장작더미가 물기를 머금었다.

제대로 불이 붙지 않고 연기만 토해내던 아궁이를 바라보며

연신 매운연기에 기침을 해대며 

장작을 썼으면 꼭 비닐로 덮어 놓으라던 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누구를 탓할수도 없고

부엌 양쪽 문을 활짝 열고 매운 연기를 내 보내본다.

 

엄마가 오랫만에 외갓집 가시던 날

형과 누나들은 모두 외갓집을 따라가고

그 날 따라 나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안간다고 했다.

내가 기르던 토끼가 새끼를 낳아 토끼를 보살펴야 된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사과를 담던 나무상자를 이용해 만들었던 토끼집에

어미 토끼가 자기 뱃쪽에 털을 뽑아 만든 둥그런 둥지에 꼬물거리던 털도 나지않은 

토끼새끼들이 어린 나의 눈에 밟혔었나 보다.

 

모두가 집을 비우고

혼자 남아 토끼집을 오가던 어린 나의 눈에

선반에 남아있는 국수가 보인다

국숫집에서 사온 반정도 남아 흐트러진 국수.

 

국수나 삶아야 되겠다.

솥에 물을 붓고 장작더미에서 장작 몇 개 아궁이에 넣고

솔가지 몇 개 밑불로 넣고

어린 나는 국수를 삶고 있다.

 

비 내린 저녁

흘러가는 추억속에 어린 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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