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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에서 옷을꺼내려고 옷장을 열다가 본문

푸른바다의 창가에서/내 마음의 울림

옷장에서 옷을꺼내려고 옷장을 열다가

충북나그네(푸른바다) 2015. 12. 13. 21:01

 

 

 

 

엄마와 막내아들


오늘아침 옷장에서 옷을꺼내려고 옷장을 열다가
옷장에 예쁘게 자리한 아내의 한복을 보았다
무슨 큰일이나 있어야 입는 한복으로 지금은 많이 입지를 않고
가끔씩 햇볕을 구경하는 한복이지만 한복을 볼때 마다 엄마생각이 난다.

무언가 서로 통하는 공통의 화제를 갖는다는 것은 참 좋은일이다
그 사이가 혈연으로 맺어진 부모와 자식간이라면 금상첨화라는 표현을 써도 좋을 듯 하다
지금도 엄마와 나는 "빤짝이한복" 라는 말을 할때면 서로를 보며 웃음을 띤다

어린시절 어린아이의 마음속에 세상살이를 조금씩 느낄때
학교를 다녀가시거나 큰일이 있을때
다른아이의 엄마처럼 자신의 예쁜한복을 입지 못하시고
다른 아줌마들의 한복을 빌려 입으시는 엄마가 불쌍타는(?)생각을 했다.

"엄마는 왜 남의 옷을 빌려입어 엄마는 옷이 없어?" 하는

나의 물음에 지금도 선명히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

"글쎄다 나중에 우리 아들이 하나 사주려나? ...." 하며 말꼬리를 흐리며

거울앞에서 빌려온 남의 한복을 입으시던 엄마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햇볕에 나서면 반짝반짝 빛이나는것 같은 한복
나중에 꼬옥 엄마 빤짝이한복을 해주어야 겠다고....

아이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무슨생각을 했을까?
엄마는 아들의 소리를 들으며 어떤 마음 이셨을까?
서로가 생각하는 감정의 색깔은 틀릴지라도 그것은 사랑이라는 공통의 분모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부족함을 채우려는 마음

한참이나 잊고 있었다.
엄마에게 빤짝이 한복을 해준다는 어린시절의 나의 다짐은
흐르는 세월에 그 농도가 옅어지고
조금씩 드리는 용돈으로 아들의 노릇을 하고 있다는 교만과 안이에 빠질때
옷장에 자리잡은 아내의 한복은
어린시절 마음속에 다짐했던 나와의 약속을 떠올렸다

빤짝이한복......

빤짝이 한복은 하나의 옷이아니라
어린아이가 바라본 엄마와의 채워지지않은 엄마에 대한 관심과 연민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
입동도 지나고 이제는 겨울로 들어선다
이 겨울 나는 나와 다짐했던 엄마와의 부족분을 채우고 싶다
나의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을 말이다

빤짝이 한복대신 이 겨울 따뜻이 나시라고
겨울속옷을 하나 사드려야 할거 같다
장모님꺼도 같이 고르면 아내도 좋아 할테지....

어린시절 빤짝이한복 꼬옥 해드릴께요 하던말에
환하게 미소지으시던 엄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미소를 생각하니 내 마음이 따뜻해 지려는 이유가 무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