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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구름따라 가는길
단성면 하선암과 암각자(丹城面 下仙岩과 岩刻子) 본문
하선암은 삼선구곡을 이루는 심산유곡의 첫 경승지로 3층으로 된 흰바위는 넓이가 백여척이나 되어 마당을 이루고 그 위에 둥글고 커다란 바위가 덩그렇게 얹혀있는데, 그 형상이 미륵같아 <불암>이라고도 불리운다. 그 바위는 조선 성종조 임재광 선생이 신선이 노닐던 바위라 하여 <선암>이라 명명하였는데 거울같이 맑은 명경지수가 주야장천 흐르고 있고 물속에 비친 바위가 마치 무지개 같이 영롱하여 <홍암>이라고도 한다. 봄철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가을에는 단풍이 어우러진 장관은 가히 별천지라 이를 만하다. 특히 여름철 피서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암각자는 단성면 대잠리 하선암에 있는데 가로 35㎝, 세로 50㎝의 전서체(篆書體)이다. 단조(丹)라는 말은 도사가 선약(仙藥)을 굽는 부엌이라는 뜻이다. 명소(明紹)는 사인암에 명소정을 건립하고 청유한 이명(李明), 이소(李紹) 형제로 추정된다
명소단조(明紹丹竈)라고 음기되어 있다.
백석이 층층이 쌓여 흰 단을 쌓아 놓은 것 같아 白石層層疊素壇
신공이 교묘하게 갈고 새김을 기다릴 것 없이 훌륭하다 神工不待巧鐫
종교를 불러 운문목에 떨어뜨리니 從敎後落雲門水
차가운 대하에 하늘이 열렸더라 臺下寒開一鎰天
지지(地誌)에서 일찍이 이경(異境)이 깊다 들었는데 地誌曾聞異境深
와서 머무니 곧 속세와 떨어진 것 알겠구나 來留直覺隔鹿風
섭섭하다 어찌 그 부드럽고 순박한 풍속에 풍류가 없으니 可憐薄俗無風調
선암을 불암이라 하여 잘못됨이 실로 없구나 枉記仙岩作佛岩
선과 불이 어찌 부드러움에 있어 다르고 같으랴 仙佛何須軟異同
찬 바위가 천고의 백운 가운데 있구나 寒岩千古白雲中
술에 몹시 취하는 것을 사양치 않으나 不辭爛作窪樽醉
다만 이를 따라 낭옹을 두려워 하겠더라 祇恐從今說浪翁 - 퇴계 이황 -
추사 김정희도 하선암의 아름다움을 극찬하는 시를 지었다.
그늘진 긴 골짝은 줄행랑과 흡사한데 陰陰脩壑似長廊
흐르는 저 물 속에 해와 달이 떠도누나 流水浮廻日月光
검은 먼지 한 점도 전혀 붙질 않았으니 一點緇塵渾不着
흰 구름 깊은 곳에 향이나 피우련다 白雲深處欲焚香
구봉령(具鳳齡: 1526∼1586)24)은 이황 밑에서 글을 배워 시를 잘 지었다.
그는 충청도관찰사를 역임한 적도 있는데, 하선암을 찾아 뛰어난 시문을 남겼다.
도원에서 놀다가 동리로 돌아오니 遊遍桃源洞裏廻
낙화가 수없이 물을 따라 오더라 落花無數逐水來
층층 깎아지른 벼랑은 스스로 신선을 불러들였으니 層崖自作靑瑤障
해묵은 바위는 누가 백옥대를 이루었느냐 古石誰成白玉臺
아홉 구비 골골의 물빛에 어려 자리에 앉았는데 九曲溪光吹座席
술잔이 돌 때마다 물과 바람과 하늘은 잔에 넘치더라 三淸雲物行盃
인연이 다하지 않았으니 어찌 머무를 수 있으랴 塵綠不盡耶堪住
한진호도《도담행정기》에 있는 <미도하선암시(未到下仙巖詩)>에서 하선암을 노래하고 있다.
도착하기 전 지름길로 돌아가니 떨어지는 해가 푸르른데 未到徑還落日蒼
자빠져 미쳐도 미양양에 미치지 못하네 顚狂不及米襄陽
세속 사람은 다만 정이 없이 헤어지는 것 한 하지만 俗人只恨無情分
석장은 어찌 모름지기 좋은 빛을 감하리 石丈何須減好光
먼 시내는 아름답게 참 낯을 감추고 遠澗窈然眞面秘
돌아가는 안장은 근심스러워 게으르게 채찍을 드네 歸鞍愁殺倦鞭揚
선원을 버리고 가니 장차 어디에서 자리 仙源抛去將何宿
흐르는 물 외로운 구름이 나그네 바쁜 것을 웃네 流水孤雲笑客忙
조선시대 제39대 단양군수로 봉서루(鳳棲樓)를 세운 이준(李埈: 1560∼1635)25)도 하선암을 노래하였다.
바위 모양은 본시 늙은 보살이나 巖形本是老維摩
바위 이름은 오히려 불가를 피했도다 巖號寧須避佛家
용이 꿈틀거린 자취는 강우와 흡사하고 龍蹟疑婉蜒降雨
천향은 표연히 꽃을 나부끼는가 생각했더라 天香繞繚想飄花
돌마루는 신부(神斧)가 번거롭다는 듯이 조성되고 雕成石塔煩神斧
맑게 요단을 씻어 강하를 읍했더라 淨洗瑤壇絳郌河
이 사이에 상백의 업을 묻고자 하면 欲向此中尋白業
금화에 이르러 목양을 어찌 부러워하리오 牧羊何羨到金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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