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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와 아버지. 본문

푸른바다의 창가에서/내 마음의 울림

국수와 아버지.

충북나그네(푸른바다) 2024. 3. 31. 13:42

점심으로 뭘먹지 하고 생각하다가

주방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국수가 보인다.

언젠가  동네신협에서 작은 소멸성보험을 하나 들었더니 사은품(?)으로 준 국수다.

렌지에 물을 올려 물을 끓을동안 냉장고를 뒤져보니

고향 충주에 계시는 누님이 해주신 열무김치도 있고...

계란도 하나 꺼내놓고 온갖 폼은 다잡고 국수를 만든다.

 

 

국수를 떠올리면

유년시절의 내 모습과 더불어 아버지 생각이 난다.

많은 식구들을 건사해야 했던 아버지는

이런 저런 일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일을 하셨다.

그렇게 일을 해도 항상 부족한것은 돈이었고 항상 생활은 쪼들림이었다.

그래도 악착같이 열심히 몸을 놀리셨고

셋방을 전전하다가 동네에 작은 우리집도 장만하셨던 걸로 기억이 난다.

무당이 살던집이라고 다들 사람들이 꺼려하던 집을 

무당이 무슨대수냐 하며 당시의 시세보다 조금 싸게 사셨다고 말씀도 해주셨다.

 

이집 저집 집주인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며

마음껏 아이들이 뛰놀아도 된다고

어머님이 참 좋아하셨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어느날 아침에 동네가 난리가 났다.

동네에 한 분이 밤새 가족들과 야반도주를 했다고 했다.

 

열심히 몸을 놀리시며 자식들을 위해 애를 쓰시던 부모님이

그 와중에 조금 모아두었던 돈을 빌려간 이웃 분이

아무말 없이 가족들과 야반도주를 했던 것이다.

이리저리 수소문하여 도망간 사람을 찾아 돈을 받으셔야 했던 아버지는

도망간 이웃분을 찾으려고 많이 노력하셨던것 같다.

 

몇 달후

조금 먼 도시로 이사간것을 확인하신 아버지는

돈을 받으러 가셨던 모양이다.

아침에 나가셔서 어스름 저녁에 들어오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그 돈은 내돈이 아닌가보다"

 

나중에 어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는

도망간 이웃분이 사는곳을 수소문하여 찾았을 때

이웃분은 만날수 없었고 고만고만한 아이들 셋만 있더란다 

이웃분 들어오면 만나려고 기다려도 오지를 않고

때가 되어도 아이들은 먹을게 없는지 굶고 있더란다.

 

도망간 이웃분의 아이들을 바라볼 때 

집에 있는 당신의 자식들이 생각나더란다.

호주머니에서  집에 올 차비만 빼고

나머지 돈으로 주위에 국숫집에 들려 아이들 에게 국수를 사주고 왔다고 말씀하셨다.

 

그 뒤 돈을 돌려받았는지 못받았는지는 알수가 없지만

국수를 보거나 또는 국수를 먹을 때마다

돈을 받으러 가셨다가 주머니에 있는 돈으로 아이들 국수를 사주고

돌아오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이 난다.

 

점심으로 국수를 먹으며

문득 아버지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나도 참 주책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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