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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밤. 본문

푸른바다의 창가에서/내 마음의 울림

겨울 밤.

충북나그네(푸른바다) 2024. 1. 20. 20:56

오늘이 절기상으로 대한(大寒)인데

날씨는 제 구실을 못하고 겨울비가 내립니다.

 

텅빈 집안에 앉아 티브이를 보다보니 티브이에서 만두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린시절 밤이 긴 겨울이 되면 어머니는 만두를 많이 빗으셨습니다.

지금이야 만두속으로 고기며 잡채며 여러가지 재료를 넣어 맛을 내지만

그 시절에는 만두속이라야 김치와 그리고 삭은 고추와 약간의 두부가 전부였지요.

그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그 만두맛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추밭에서 제대로 익지도 못한 고추를 모아서

간장에 담가 놓으셨던 그 삭은 매운고추의 맛이 지금도 너무 강렬하게 마음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커다랗게 빚은 손만두를 채반에 가지런히 하셔서 가끔씩 저녁대용으로 끓여 먹었던 만두국.

올망졸망 다섯이나 되는 자식들에게 끓여주셨던 그 만두국.

삭은 고추와 김치의 매운맛이 입안을 얼얼하게 만들었어도

참 맛나게 게눈 감추 듯 맛나게 만두를 먹곤 했던 겨울밤이 생각이 납니다.

 

가끔씩 당신의 그릇에서 막내아들 그릇에 하나씩 더 담아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맛나 보이나요?... 달걀고명도 없고 조금은 허접합니다.

......................

 

아내도 아직 퇴근전이고 

깜짝 이벤트를 한번 해볼까 생각을 했습니다.

집에서 만두를 만들어 먹으면 좋으련만 

일종의 핑계같지만 사는게 뭐라고 둘다 시간에 쫒기니...

우산을 챙기고 동네 마트로 갑니다

우산위를 때리는 겨울빗소리가 좋습니다.

 

사골국물도 몇 개 사고

매운걸 좋아하는 저는 김치만두

매운걸 좋아하지 않는 아내를 위해서는 고기만두도 사고

소주도 한병사고....

아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즉석만두국을 끓여봐야 겠습니다.

아내가 좋아하면 좋으련만

괜한 일 벌이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겨울비 내리는 저녁 푸른바다의 일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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