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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구름따라 가는길
보살사 중수비(菩薩寺 重修碑) 본문
전화가 울린다.
"왜 아직도 현장엘 안나와?"
현장감독의 전화다.
"아차...오늘 보살사 평탄작업 해주기로 한 날이었지"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입에서는 거짓말이 술술 나온다.
"재촉은? 지금 가고 있어요"
나의 이 말에 현장소장도 알고 있을거다.
시간을 보니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다.
보살사 경내 평탄작업을 해주기로 약속한것을 잊고
모처럼 만난 친구들과 밤새 술타령을 했으니...
허겁지겁 자리를 털고 일어나 씻는둥 마는둥 차에 시동을 걸었다.
포크레인이 실려있는 오래된 화물차도 조금은 바쁜 내마음을 아는지
평소 같지않게 바로 시동이 걸린다.
보살사에 도착하니
새로 설치할 석등이며 여러가지 석물들이 도착해 있다.
"평탄작업만 해주면 된다고 하더니 이건 다 뭐예요?"
현장감독에게 이야기 하니
눈을 찡끗하며 반대가리 더 쳐준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리 힘든일은 아니니 고개를 끄떡여 주었다.
현장소장은 미리 이야기를 들었는지
이거는 저쪽으로 저것은 이쪽으로 하며 이야기를 해준다.
어제 마신 술에 머리가 아프다.
자꾸만 하품만 나고 컨디션이 영 좋치않다.
오늘 따라 밑에서 작업을 도와주는 시다도 일이 처음인지 자꾸만 힘들게 한다.
"그러다 다치면 어떡하려구...끈을 맺으면 고정하고 피하세요!"
몇 번 나의 잔소리에 시다도 기분이 나쁜지 얼글을 찌푸린다.
일을 하기로 했으니 일은 해야 하는데 뭔 일이 일어날거 같은 느낌이니....
그냥 일을 접고 집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만 앞서니 매사가 짜증이 난다.
함바집에서 밥맛도 나질 않아 라면으로 점심을 먹으며 현장소장에게 이야기를 하니
일하는데 걸리적 거리는 비석하나만 옮겨주고 들어가라 한다.
내일 일찍 나와서 일을 마무리 해주기로 약속을 했다.
나의 컨디션을 보고 일을 더 시켜봐야 안될거 같으니 현장소장도 미리 포기를 했나 보다.
비석에 굵은 줄을 걸어 끌어 올리니 비석이 비석받침에서 빠진다.
비석을 한옆으로 옮겨 놓고 비석받침을 공사현장에서 떨어진 한적한 곳으로 이동을 시킨다.
비석받침을 옮기고 비신을 가지러 가보니
뭐야 이게 ? 비신이 반 토막 나있다.
아까 비석을 뽑을 때도 괜찮았는데...
옆에 일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 물으니
석재를 싣고왔던 트럭이 후진하면서 그런거 같다고 한다.
비석을 자세히 보니 바퀴자국도 있다.
현장소장에게 이야기를 하니
현장소장 한숨을 쉬며 자기가 알아서 할테니 옮겨놓고 갑바로 덮어 놓으란다.
영 기분이 그렇터니만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기분이 좋치 않타.
비석밑에다 버팀목을 놓고 비석을 올려놓고 갑바로 잘 덮어 놓았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
영 기분이 찝찝하다.
용암동 보살사 보살사중수비(龍巖洞 菩薩寺 菩薩寺重修碑)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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