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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똥풀. 본문

푸른바다의 창가에서/내 마음의 울림

애기똥풀.

충북나그네(푸른바다) 2023. 5. 3. 20:33

애기똥풀의 꽃말은 "엄마의 사랑과 정성" 이랍니다.

 

노오란 꽃잎이 이쁜 너는 누구니?

 

 

우리엄마는 시집을 스무살에 오셨데요.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고 혼례식날 처음본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어울렁 더울렁 육년동안

삼남매를 낳으셨나봐요.

두분이 참 금술이 좋으셨던것 같아요

지금도 가끔씩 말씀하세요

그 시절이 너무 그립고 안타깝다구요.

 

어느날 농사일을 하시던 아버지가

몸이 피곤하다며 일찍 들어오신 어스름 그날.

아버지 좋아하시는 막걸리 한잔 받아들였는데

그 이튿날 그만 아버지가 돌아가신거예요.

 

스물여섯 이쁜나이에 엄마는 삼남매와 함께 세상과 맞딱트리신거지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막막한 세월이였지만

올망졸망 삼남매의 눈길을 보며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다네요.

 

수많은 세상의 속삭임과 아픔과 세상의 여러가지 유혹들을 멀리하고

훌쩍 달려온 세월이 팔십성상이 너머 구십성상이 되니

젊은날 남펀모습도 생각속에서 사라지고 그냥 슬픔이고 아픔이랍니다.

 

지천에 피고 있는 애기똥풀을 보면

젊은 나를 두고 떠난 남편이 밉기만 하다네요.

애기똥풀이 지천이던 그 날

내 곁을 떠난 젊은 날의 그리운 남편

나 이 세상 하직 하는날 젊은 날의 남편이 나를 못알아볼까봐

귀퉁이 찟긴 오랜시절 남편과 함께 비싼돈 내고 동네사진관에서 찍었던

두분이 찍은 그 사진을 아직도 간직하고 계시답니다.

 

혹여나 엄마 죽으면 이 사진도 같이 무덤에 넣어달라구요.

 

지천이 애기똥풀인 요즈음

젊은 시절 훌쩍 떠난 남펀이 많이도 그립답니다.

애기똥풀을 보면 뭐가 그리 바빠 일찍 가버린 남편의 모습이

보고픔의 바람 불어와

그리움으로 맺힌답니다.

애기똥풀이 지천인 지금의 시절

세월의 흔적 어깨에 짊어진 엄마의 좁은 어깨가

내 눈에 이슬을 맺히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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