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산 상봉고개(牛岩山 相逢고개)

 

 

상봉고개는 것대산 봉수대 입구에 해당하는 해발 300m의 고개이다. 
청주성(淸州城)이 이인좌(李麟左) 일당에게 유린당할 때, 군관(軍官) 홍림(洪霖)은 그의 첩 해월에게 유복자를 부탁하고 전사한다. 해월은 아들을 순산하고 홍림의 유지를 따른다. 청주 영기(營妓)에 속해 있던 관기, 해월은 영장(營將) 남연년(南延年)의 주선으로 홍림의 애첩이 되었다. 당시 홍림은 노모를 모시고 있었는데, 그 효행이 지극하여 모든 사람들로부터 효자
라는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슬하에 혈육이 없어 노모는 항상 그것을 염려하였다. 그런데 마침 해월이 잉태를 하였고, 홍림과 노모는 하루 속히 해월이 해산하기만을 고대하였다. 

 

상당산성과 이인좌와 이봉상.

상당산성과 이인좌와 이봉상.

 

영조 4년(1728), 이인좌의 무리가 모반하여 청주성을 기습하였다. 해월은 홍림과 잠을 자고 있다가 진군 소리를 듣고 놀라 일어났다. 해월은 성 쪽을 바라보는 홍림의 얼굴에서 비장한 각오를 읽을 수 있었다. 홍림은 장검을 꺼내들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이에 해월은,“때는 이미 늦었는데 어딜 가려 하나이까? 참으셨다가 뒷일을 도모함이 옳을까 합니다. 늙은 어머니가 계시고 소첩이 또한 잉태 중인데 어찌 목숨을 보전하려 하지 않으십니까?”며 홍림을 만류하였다. 
그러나 홍림은,“내 어찌 혼자만 살기를 꾀할 수 있겠소. 내가 죽거든 늙으신 어머니를 봉양하고 만약 사내아이를 낳게 되면 홍씨 문중의 피를 이어가도록 잘 길러주시오!”라는 말을 남기고 적중에 뛰어들어 전사하고 만다. 
해월은 다음날, 이봉사(李鳳社), 남연년, 그리고 남편 홍림의 시체를 거두어 우암산기슭에 묻고 장례를 치렀다.

 

우암동 열녀김해월묘지(牛岩洞 㤠女金海月墓地)

우암동 열녀김해월묘지(牛岩洞 㤠女金海月墓地)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 세 살이 되던 해, 뜻밖에 “동자가 열 살을 못 넘기고 수액에 의해 요절하리라!”는 시주스님의 말을 전해 듣는다. 당황한 해월이 시주스님에게 해결 방법을 종용하자 스님은, “저 아이를 보국사 주지스님 해원(荄苑)에게 위탁하되 열흘에 한 번씩 성황당 고개에서 기다렸다 만나야 하며, 절대 성황당을 한 발자국이라도 넘어서는 안 될 것이다!”라는 금기를 일러준다. 아이가 일곱 살이 되던 해, 해월은 ‘절대 성황당 고개를 넘지 말라’는 스님의 말을 잠시 잊고 그만 성황당 고개를 넘고 말았다. 아이를 그저 빨리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아이 역시 어렴풋이 해월의 모습이 보이자 쉼 없이 달리다 연못에 빠져 숨을 거둔다. 결국 해월은 남편의 유지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으로 인해 자결하고 만다. 이후 이들 모자가 서로 만나던 성황당 고개를 ‘상봉고개’라고 부르게 되었고, 이 곳을 지나는 사람마다 그들의 명복을 빌어 주었다고 한다. 
해월의 묘는 우암산에 전하고 있다. - 청원군 낭성면 전승, 󰡔청원군 전설지󰡕(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