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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구름따라 가는길

엘레지. 본문

푸른바다의 창가에서/내 마음의 울림

엘레지.

충북나그네(푸른바다) 2015. 10. 23. 13:15



엘레지-오탁번



말복날 개 한 마리를 잡아 동네 술추렴을 했다

가마솥에 발가벗은 개를 넣고

땀 뻘뻘 흘리면서 장작불을 지폈다


참이슬 두 상자를 다 비우면서

밭농사 망쳐놓은 하늘을 욕했다


술이 거나해졌을 때 아랫집 김씨가 말했다

-이건 오씨가 먹어요, 엘레지요


엉겁결에 길쭉하게 생긴 고기를 받았다

엘레지라니? 농부들이 웬 비가(悲歌)를 다 알지?

-엘레지 몰라요? 개자지 몰라요?

30년 동안 국어선생 월급 받아먹고도

'엘레지'라는 우리말을 모르고 있었다니

나는 정말 부끄러웠다


그날 밤 나는 꿈에서 개가 되었다

가마솥에서 익는 나의 엘레지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