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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지난 이야기. 본문

푸른바다의 창가에서/내 마음의 울림

철지난 이야기.

충북나그네(푸른바다) 2015. 12. 25. 12:23

판로가 막혀서
또는 농사가 너무 대풍이라
배추와 무우의 가격이
땅에 떨어질때로 떨어져
중간상들이 수집을 해가지 않으니
밭에 있는 무우와 배추가 추운날씨에 얼어서
더욱 상품가치가 떨어지나 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싸면 쌀수록 좋타고 이야기 할테지만
농부님들의 마음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이번 김장철에는 몇포기라도 더 해야 할거 같습니다
그래야 마음 아픈농부님들을 보기가 조금은 나을것 같습니다

매년마다
김장철이 다가오면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있습니다
군에서 제대를 하고
복학하기전 집에서 있으며
이일 저일 닥치는대로 일을 할때 입니다
등록금이나 보탤까 하고 말입니다
밑천이래야 튼튼한 육신밖에 더있나요
막노동도 하고.....
연탄리어카도 끌며.....
이런저런 닥치는대로 많은 일을 했습니다

겨울이 오기 전
아마 이맘때 쯤일걸로 생각이 납니다
친구 아버님이 시장에서 배추도매상을 하셨습니다
리어커로 배추도 배달해 주고
또 배추하역도 도와주며 돈을 벌고 있을때 입니다

새벽에 배추도매상으로 일을 나가려고
신발끈을 조이는데
옆방에 세들어 사시는 할머니께서 말씀을 하십니다
같이 나갈수 있느냐고

"무슨 말씀이세요?
할머님는 가셔서 할 일이 별로 없을텐데요...."

"저....일을 나가려는게 아니고...." 하시며 말끝을 흐립니다

할머니는 아들내외와 같이 사셨습니다
아들내외와 할머니가 한 방을 쓰시니 많이도 불편도 하셨겠죠
하나있는 아들은 변변한 직장이 없어서 돈벌이가 시원찮코
몸이 불편하니 힘든 일은 못하고
며느리도 빙판에 넘어져서 허리를 다쳤는데
치료시기를 놓쳐 힘든 일은 못하고
한마디로 많이 힘든 집이였습니다

가끔씩 어머니가 반찬을 조금 여유있게 만드셔서
반찬을 나눠주시곤 할 때마다 자그마한 체구의 할머니는
수없이 고개를 조아렸습니다

 

아들은 두어번 내가 일하는 곳에 같이 가서 일을 하곤 했지만
이틀을 버티지 못하고 못나간다 하니
어디 마땅한 자리를 해줄수도 없고
제가 보기에도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였습니다

"할머니 저에게 뭐 할말있으세요?......" 하니

"학생... 요즈음 배추가게에서 일을 한다며?...."

아마 어머니에게
배추가게하는 친구네 집에서 아르바이트 하는것을 들으셨나 봅니다

할머님이 저에게 하신말씀은
배추를 싣고 내릴때 또는 배추를 다듬을때 떨어지는
배춧잎을 얻을수 있느냐고 말씀을 하십니다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마 떨어진 배춧잎으로 김장을 하실 요량으로
그리 말씀하신것 같습니다
생각을 하니 괜히 눈물이 핑돕니다

"발에 밟히고
줄기가 억세서 못드실텐데요?" 하니
그렇게라도 해야 김장을 담글텐데 하십니다
아마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할머님 으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는 듯 했습니다
그러면 제가 가서 한번 가게 사장님께 부탁을 해볼께요


 오늘은 그냥 집에 계셔요 하고 나서는 발길이 무겁습니다

친구 아버님께
조용히 말씀을 드리니
그러지 말고
할머니보고 나와서 배추 다듬는 일을 하시고
품삯으로 배추를 가져가도록 하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친구아버님의 그 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힘이 납니다

저녁에 할머니에게 그리 말씀을 드리니
"아이고,,,나이들은 나같은 것이 일이나 제대로 할까..." 하시면서도
웃음꽃이 얼굴에 핍니다.


 할머니는 가게에서 5일을 열심히 일을 하셨습니다
일을 끝나고 할머니 품삯으로 리어커에 배추를 싣고
제가 끌어다가 수돗가에 놓아 들이니 할머니 두눈에 눈물이 흐릅니다
물론 친구아버님은 배추를 덤으로 더 많이 주셨구요
할머님의 연신 고맙다 하시는 소리를 뒤로하고

 

저도 몰래 그만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김장철이 다가오면
배추줄거리로 김장을 하시려고 했던 옆방의 할머님의 모습과
우리아들 마음씀이 좋쿠나
환한 웃음으로 칭찬해 주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오버랩되여 기억을 깨웁니다

충주에 계시는
어머니께 그 이야기를 하며 할머니의 안부를 물으니
아이고 그 이야기가 언제이야긴데 하시며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들내외는 가끔씩 전화는 온다고 합니다
지금 아들은 화물차운전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김장철이 다가오면
뚜렷히 떠오르는 어린시절 이야기 입니다....

 

 

 

 

 

 

힘들고 소외된 낮은자들을 위해 이땅에 오신 그분의 탄생을 축하드리며

아름다운 성탄절 만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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