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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구름따라 가는길

늦가을의 갈론구곡을 가다. 본문

충북의 바람소리/괴산군(槐山郡)

늦가을의 갈론구곡을 가다.

충북나그네(푸른바다) 2014. 10. 28. 09:05

 

괴산군 칠성면에 위치한 갈론계곡은 아직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보물이 간직되여 있는 곳이라고 표현하여도 족할것 같다.괴산의 산막이옛길의 명성에 가려 많은 사람이 찾지를 않치만 주말로는 알음알음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갈론계곡이 위치한 곳은 속리산국립공원내에 자리하고있다.갈론계곡 가는 길은 참 평화롭다고 표현을 해야 할까?

주중에 시간을 내여 찾았다. 괴산호를 끼고 갈론계곡으로 향하는 길은 한적하다 못해 조용하다.지자체에서 나름 많은신경을 썼다.갈론마을 입구에 설치한 출렁다리가 괴산호와 어울려 참 보기가 좋다.

 

 

 

얕은 산밑으로 자리한 갈론마을은 전형적인 산촌마을이다.조금씩 이름이 알려지면서 여기저기 팬션의 바람이 부는것 같지만 아직은 넉넉한 인심이 가득한 산골마을이다.

 

 

 

갈론초등학교는 폐교가 되였고 학교를 이용하여 갈론산촌체험관을 만들어 놓았다.

 

 

 

 

갈론마을을 지나 길을 재촉하면 커다란 바위의 군락이 눈을 사로 잡는다.갈론구곡의 제 1경인 장암석실이다. 바위군락앞으로는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마당바위라고 불리는 커다란 반석이 자리하고 있다.커다란 바위의 군락에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진다.

 

동의온오하의량(冬宜溫奧夏宜凉)-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네

여고위린시접방(輿古爲隣是接芳)-자연과 이웃하니 즐겁기만 하구나

백석평원성축포(白石平圓成築圃)-흰 암반은 평평하고 둥글어 채소밭을 이루고

청산중용요원장(靑山重茸撓垣墻)-청산은 겹겹이 높이 솟아 담장을 둘렀네

 

 

 

 

 

 

 

 

 

 

 

1경인 장암석실을 보며 계곡길을 걷다 보면 갈천씨의 백성이 노니는 정자라는 뜻의 갈론구곡의 제 2경인 갈천정이 자리하고 있다.커다란 암반에 많은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정자라는 이름을 붙였다.갈천씨의 백성이라 함은 순박하고 욕심없는 사람들이란 뜻으로 통용된다.

 

일기청산모(日氣靑山暮)-햇살은 청산너머로 저물고

연광백발신(年光白髮新)-해가 갈수록 백발만 늘어가누나

영종수군자(永從數君子)-오래도록 몇몇 군자들과

동작갈천민(同作葛天民)-갈천씨의 백성이 되고 싶구나

 

 

 

제 2경인 갈천정을 지나 계곡으로 들어서는 초입에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하늘에서 신선이 내려온곳이라는 뜻의 강선대가 자리하고 있다. 바위암벽이 층층히 쌓여 있는 곳으로 뒤로 보이는 산봉우리로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불시황당불시진(不是荒唐不是眞)-황당하지않아 정말일까

세인능기견선인(世人能畿見仙人)-이 세상에 신선을 본사람이 몇이나 될까?

각괴영인래도차(却怪令人來到此)-참 이상도 하지 여기에 찾아오는 사람은

흉금쇠락자무진(胸襟衰洛自無塵)-가슴속 깨끗해져 절로 속된마음 사라진다네

 

 

 

 

 

구곡중 제 3경인 강선대를 보고 본격적으로 갈론계곡으로 들어선다.만추의 모습이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노란 빨간 단풍과 어우러진 기암괴석들 그리고 흐르는 맑은 계곡물이 가슴을 가득 채운다.

 

 

 

억새 가득한 가을의 모습이 바쁘다.

 

 

 

주위풍경에 넋을 잃고 걸음을 하다보면 구곡중 제 4경인 옥류벽을 만난다. 구슬같은 물방울이 맺힌 절벽이란 뜻의 옥류벽은 매끈한 암벽이 종횡으로 절리를 만들어 놓았다.그 절벽밑으로 맑은 계곡물이 흐르니 옥류벽이라는 멋진 이름이 부끄럽지가 않다.

 

용복정단구상연(龍伏鼎丹龜上蓮)-용은 단약솥에 엎드리고 거북은 연꽃위로 오르는데

진난취득협비선(眞難驟得挾飛仙)-신선되여 오르기 정말 어렵다네

벽간적적경장수(壁間滴滴璥漿水)-절벽사이 방울방울 흐르는물 경장수이니

구복지응가인년(久腹知應可引秊)-오래도록 마시면 응당 장수할수 있다네

 

 

 

 

 

옥류벽을 지나며  비단병풍같이 아름다운 곳이라는 뜻의 제 5경인 금병을 만나게 된다.층층히 펼쳐진 바위병풍의 그림자가 계곡물에 비추고 아름다운 단풍이 금상첨화가 되는 곳이 제 5경인 금병이다.

 

백화총박일홍증(百花叢薄日烘蒸)-온갖꽃이 무성하고 햇빛이 붉게 비추니

오색가사배착승(五色駕蓑背着僧)-오색가사를 등에 걸친 승려같구나

하여금병층암영(何如錦屛層暗影)-층층이 쌓인바위 금병의 그림자 어떠한가

도입한담영벽징(倒入寒潭映碧澄)-연못에 거꾸로 비치니 푸르고 맑도다

 

 

 

 

 

금병을 지나 계곡길을 재촉하며 걷다보면 갈은구곡의 제 6경인 구암을 만나게 된다.구암이란 말그대로 거북의 형상을 하고 있는 바위를 뜻한다. 구암아래를 흐르는 계곡물과 거북바위가 참 조화롭다.거북은 십장생의 하나로 장수와 관련되여 있으며  민간에서는 영물시 되고 있는 짐승이다.

 

노구분흡백천한(老龜噴吸百泉寒)-오래묵은 거북이 찬샘물을 머금었다 뿜었다 하니

신축주형원근간(伸縮珠形遠近看)-구슬모양 늘어났다 줄었다 원근에서 볼수있네

일자석문뇌파후(一自石門雷破後)-한번 석문이 유뢰맞아 부서진 뒤로

미능간수차령산(未能慳守此靈山)-이 영산을 잘아껴서 지켜주지 못했다네

 

 

 

 

 

 

 

거북바위를 지나서 만나게 되는 곳이 갈론구곡의 제 7경인 고송유수재이다.고송아래로 흐르는 물가에 지은 집이라는 뜻의 고송유수재는 지금은 없어졌지만 구곡을 설정할 당시에는 아담한 정자가 자리잡고 있지 않았을까? 고송유수재 옆으로는 일반인들이 보아도 정자터 같이 보이는 넒은 지형이 자리하고 있다.고송유수재라는 글자가 음기되여 있는 바위옆으로는 이 곳을 다녀간 많은 사람들이 이름이 새겨져있다.임꺽정의 저자인 홍명희의 조부인 홍승목의 이름이 눈에 보인다.

 

학관하증재차중(鶴觀何曾在此中)-학은 일찌기 이 아름다운 곳을 어떻게 알았을까

단종취미여지동(但從趣味與之同)-다만 나의 취미도 학과 같다네

일국문추일간옥(一局紋楸一間屋)-바둑판 하나 새기고 한칸 집지여

흔연상대양쇠옹(欣然相對兩衰翁)-기쁘게 두 늙은이 마주 앉았네

 

 

 

 

 

고송유수재와 거의 같이 붙어있는 넓은 반석인 일곱마리의 학이 춤을 추웠다는 갈론구곡의 제 8경인 칠학동천이 보인다.

구곡시에서는 신선의 세계에 사는 학이 떠나간 아쉬움과 신선처럼 살고싶어하는 마음을 새겨 놓았다.

 

차지증소칠학운(此地曾巢七鶴云)-이곳에 일찍이 일곱마리 학이 살았다 하나

학비불견단간운(鶴飛不見但看雲)-학은 날아가 보이지않고 구름만 떠가네

지금월랑산공야(至今月朗山空夜)-지금 달밝고 산은 텅 빈 밤

경로한성약유문(警露寒聲若有聞)-이슬에 놀란 학울음 들리는 듯 하구나

 

 

 

 

 

칠학동천을 보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넓고 평평한 바위를 만나게 된다.신선이 바둑을 두던바위라 하여 선국암이라 불리는 갈론구곡의 마지막인 제 9경이다.넓은 바위 위에는 그 시절 풍류를 즐기며 바둑을 두었던 사람들의 모습이 새겨진 듯한 바둑판이 지금도 있다.선국암에 새겨진 구곡시의 비유를 빌리자면 흑백이 어우러진 바둑판을 꽃에 비유하여 놓는 감상이 새겨져있다.

 

옥녀봉두일욕사(玉女峰頭日欲斜)-옥녀봉 산마루에 해가 기울어

잔기미료각귀가(殘棋未了各歸家)-바둑을 끝내지 못하고 각기 집으로 돌아갔네

명조유의중래견(明朝有意重來見)-다음날 아침 생각나 다시 와보니

흑백도위석상화(黑白都爲石上花)-바둑알 알알이 돌위에 꽃이 되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