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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면 수리 김원식물망비(沼壽面 壽里 김원식물망비) 본문

충북의 바람소리/괴산군(槐山郡)

소수면 수리 김원식물망비(沼壽面 壽里 김원식물망비)

충북나그네(푸른바다) 2018. 3. 19. 19:03

 

 

소수면 수리에 가면 구경하기 힘든 목비(木碑)가 서있다.

아나키스트김원식물망비라고 새겨진 목비가 다른 비석들과 함께 자리를 잡고 있다.

아나키스트는 무정부주의자 또는 그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무정부주의자들은 원칙이 다소 모호하기는 했지만 특권과 불의에 대한 증오는 정말로 순수했다는 점에서 대다수의 이른바 혁명가들과 대립되었다.

철학적으로 똑같을 수 없다. 공산주의자는 늘 중앙 집권과 효율을 강조한다. 무정부주의자는 자유와 평등을 강조한다.

 

 

 

아나키즘은 그리스말에서 반대를 뜻하는 안(an)과 권력집단 혹은 정부를 뜻하는 아르코스(archos)를 합친 용어다."무정부"라는 말은 일본에서 번역되어진 말입니다. 일본의 위정자들이 일본의 무서운 세력으로 등장한 아나키스트들을 견제하기 위한 도구로 그들 편의대로 번역한 말이 바로 무정부주의라는 겁니다. 정부가 없다 함은 보호자가 없다는 뜻이고 이는 곧 폭력이나 혼란을 야기 시키는 말로 비춰집니다. 그러나 아나키즘이란 그런 뜻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안-아키(an-archy)란 노-아키(No-archy). 즉 우두머리가 없다는 뜻입니다. 명령도 없고 구속도 없습니다. 우두머리도 없고, 다수결도 없습니다. 아나키즘은 인간을 구속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일체의 권력에 반대한다는 "실천적 이론"입니다.

 

 

 

 

김원식은 경성제국대학 시절부터 좌익활동을 하고, 남로당에 입당하고, 당 정치 지도원으로 전쟁을 거치고, 사상범으로 10년간 옥고를 치른 이가 하는 말이기에 무게가 남달랐다. 그는 1958년 좌익활동 혐의로 체포됐으나 남한정부가 강요하는 전향서는 끝내 쓰지 않았다. 하지만 68년 마흔 중반의 나이에 감옥에서 나온 뒤 세상을 보는 인식틀을 새로 짜기 시작했다. 자본주의의 대안이라는 사회주의가 사실은 똑같은 작동원리로 사람을 구속하고 괴롭힌다는 사실에 눈떴다. 양대 체제로 나뉜 세계의 한쪽 주인은 자본가였고, 다른 쪽 주인은 당 엘리트였다. 이미 1800년대 중반부터 아나키스트들이 반자본주의 깃발을 들고 대대적으로 활동했지만, 두 체제가 자기들 좋을 데로 기록한 역사에서 이들의 활동은 쏙 뺐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김원식은 환경주의자이자 과학자다. 김원식이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싫어하는 가장 큰 까닭은 두 체제가 개인을 억압하는 동시에 자연과 환경을 억압하고 파괴했기 때문이다. 김원식은  출옥 뒤 오랜 동지로 함께 옥고를 치른 리경구 할머니(75)와의 사이에 아들을 하나 낳았다. 그 아들은 “배만 안 곯렸는데 지대로 커서” 지금은 분자생물학 박사로 미국 국립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