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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푸른바다의 창가에서/風景속에 비친 詩 (140)
바람따라 구름따라 가는길
세월이 간다는 것은 잊혀짐을 향해 걸어가는 과정. 인적없는 바람만 외로운 포도(鋪道) 위로 그렇게 세월은 흐른다.
어린시절 학교를 파하고 돌아오던 길 작은 나뭇가지 하나 꺽어 논둑길에 쪼그리고 앉아 집에 있는 토끼들이 좋아하던 냉이가 섞인 여러가지 나물들을 봉지에 담아 한걸음에 달려와 문을 열고 토끼에게 먹이를 주던 그 시절. 세월은 쏜 살 같이 흐르고 구멍뚫린 토끼집 창살사이로 추억만이 따사로운 햇살에 졸음에 겨워한다. 쪼가리 스레트기와 물기 싫어한다는 토끼집에 얹고 오물오물 토끼 먹이 먹는 모습 바라보던 어린시절은 성근바람에 저만치 앞서 달아나고 쫓기에도 서투른 세월의 흔적은 제 자리에서 숨을 헐떡인다.
오늘은 모처럼 아내와 휴일이 겹친다. 아내는 여느때와 같이 강아지 산책이 일순위이다. 늘 강아지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곤한다. "에그 불쌍해라 빈집에서 심심해서 어떡하나?" 그리곤 강아지와의 산책을 하곤 한다. 나는 느즈막히 이불속에서 아내와 강아지의 산보가 끝나길 기다린다. 물론 나도 가끔씩은 아내를 마중하면서 강아지와 동행을 하곤 한다. 내가 느끼기에 그럴까? 강아지와 둘이 아내를 마중하러나가면 아내는 나보다는 강아지를 더 반가워 하는것 같다. 물론 못난 내 자격지심 일테지만 말이다. 강아지와 산보를 끝낸 아내에게 모처럼 데이트신청을 했다. 데이트래야 삼겹살집으로 점심 먹으러 가는 거지만 말이다. 모처럼 남편과의 동행에 아내도 신이 났나보다. 묻지도 않은 말을 하면서 차량으로 이동하는 내내 말이 많다..
한 겨울의 백석정 모습이 나의 기억엔 없었다. 아마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일것이다. 낭성면 감천가에 있는 고령신씨 가문의 백석정은 언제든 전화하면 만날수 있는 친구같은 느낌. 그런 느낌으로 나의 가슴속에 남아있다. 마음속이 허전하고 무언가 공허함을 채우고 싶을 때는 항상 이 곳 백석정을 찾곤했다. 큰길이 아닌 자동차들의 왕래가 적은 옛길에 위치하고 있으니 호젓한 기분에 정자에 앉아 흐르는 물 바라보며 세월을 깁기에 참 좋다. 날씨가 제법 겨울흉내를 내는 어느 날 하얀눈 머리에 이고 감천가에 백석정은 나를 위해 미소를 주고 있었다. 언제나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백석정 네가 있어 나는 오늘도 행복할수 있다. 2020.01.25 낭성면 관정리 백석정
각 자 방에서 잠을 잔다. 언젠가 부터 아내와 따로자니 마음이 편하다. 죽으나 사나 같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언젠가 부터인가 아내와 나는 따로 방을 쓴다. 아내와 방을 따로 쓰며 늘어난 것은 생각과 술 이다. 혼자만의 작은 공간안에서 나는 왕도 되고 신하도 되고 별의별 생각을 다하며 주관적인 생각속에 마음속에 꾸며놓은 상상의 세상에서 대장노릇을 한다. 누구는 술을 마시는 것을 현실도피든지 자기부정이라고 하지만 모든것은 내가 생각하기 나름 나의 술은 생각의 모티브이며 마중물이다. 아내와 그리고 강아지 마저 잠든 조금은 깊은 이 밤. 슬쩍 세탁기옆에 짱박아놓았던 소주를 마시며 나는 스스로를 자위하며 행복해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이러면 정말 행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