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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푸른바다의 창가에서/風景속에 비친 詩 (142)
바람따라 구름따라 가는길
밤새 내리는 비 덕분에습도도 높고 창문을 열기도 뭐하고... 이 참에 하고 에어컨 가동을 했더니밤새 돌아가는 에어컨 실외기실 위에나란나란 어깨동무 한 화분들이밤새 시끄러워 잠 한숨 못잤다고나에게 투덜거리는 듯 하다. 너희들의 투덜함으로더운 날에도 나는 밤새 잠을 잘잤구나고맙고 미안하단 표현으로화분들에게 눈길 한번 더 준다.
장승아 장승아 이제는 둘도 모자란단다. 금슬좋은 너희도 얼른 하나 더 낳아라. 그게 애국하는 길이란다.
세월이 간다는 것은 잊혀짐을 향해 걸어가는 과정. 인적없는 바람만 외로운 포도(鋪道) 위로 그렇게 세월은 흐른다.
어린시절 학교를 파하고 돌아오던 길 작은 나뭇가지 하나 꺽어 논둑길에 쪼그리고 앉아 집에 있는 토끼들이 좋아하던 냉이가 섞인 여러가지 나물들을 봉지에 담아 한걸음에 달려와 문을 열고 토끼에게 먹이를 주던 그 시절. 세월은 쏜 살 같이 흐르고 구멍뚫린 토끼집 창살사이로 추억만이 따사로운 햇살에 졸음에 겨워한다. 쪼가리 스레트기와 물기 싫어한다는 토끼집에 얹고 오물오물 토끼 먹이 먹는 모습 바라보던 어린시절은 성근바람에 저만치 앞서 달아나고 쫓기에도 서투른 세월의 흔적은 제 자리에서 숨을 헐떡인다.
오늘은 모처럼 아내와 휴일이 겹친다. 아내는 여느때와 같이 강아지 산책이 일순위이다. 늘 강아지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곤한다. "에그 불쌍해라 빈집에서 심심해서 어떡하나?" 그리곤 강아지와의 산책을 하곤 한다. 나는 느즈막히 이불속에서 아내와 강아지의 산보가 끝나길 기다린다. 물론 나도 가끔씩은 아내를 마중하면서 강아지와 동행을 하곤 한다. 내가 느끼기에 그럴까? 강아지와 둘이 아내를 마중하러나가면 아내는 나보다는 강아지를 더 반가워 하는것 같다. 물론 못난 내 자격지심 일테지만 말이다. 강아지와 산보를 끝낸 아내에게 모처럼 데이트신청을 했다. 데이트래야 삼겹살집으로 점심 먹으러 가는 거지만 말이다. 모처럼 남편과의 동행에 아내도 신이 났나보다. 묻지도 않은 말을 하면서 차량으로 이동하는 내내 말이 많다..
한 겨울의 백석정 모습이 나의 기억엔 없었다. 아마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일것이다. 낭성면 감천가에 있는 고령신씨 가문의 백석정은 언제든 전화하면 만날수 있는 친구같은 느낌. 그런 느낌으로 나의 가슴속에 남아있다. 마음속이 허전하고 무언가 공허함을 채우고 싶을 때는 항상 이 곳 백석정을 찾곤했다. 큰길이 아닌 자동차들의 왕래가 적은 옛길에 위치하고 있으니 호젓한 기분에 정자에 앉아 흐르는 물 바라보며 세월을 깁기에 참 좋다. 날씨가 제법 겨울흉내를 내는 어느 날 하얀눈 머리에 이고 감천가에 백석정은 나를 위해 미소를 주고 있었다. 언제나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백석정 네가 있어 나는 오늘도 행복할수 있다. 2020.01.25 낭성면 관정리 백석정